대구지역 공장 화재가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노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실효성 높은 화재예방대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장 화재 대부분이 시설 노후화로 비롯되는 만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지역 공장 화재는 2020년 127건에 그쳤지만 2021년 141건, 2022년 164건으로 2년 새 약 30% 증가했다. 화재가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인명피해도 2020년 3명에서 2022년 20명으로 7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재산피해도 2020년 18억원에서 2022년 2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늘어나는 공장 화재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시설로 인한 전기적 요인이 가장 크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공장화재 원인 분석 시 전기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고 유류, 가스가 뒤를 따른다. 공장 전기 설비는 노후화된 반면 전기사용량을 늘어나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많은 점이 주요 원인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노후산단의 경우 좁은 골목길에 소규모 공장들이 붙어있어 소방차 접근이 어렵고,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된 건물이 많아 일단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지는 특성도 있다.
소방시설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곳들도 상당하다. 지난해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준공 연도 20년이 넘은 노후 공장 690곳에서 화재안전조사를 진행한 결과 61곳에서 옥내소화전 설비 관리 미흡, 화재 감지기 미설치 등 각종 위반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설 노후화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건물 리모델링 또는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필수적이지만 법적 규정이 미비해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소방시설법 등이 개정되더라도 이미 지어진 공장들은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역 대표적인 산단 중 하나인 성서산단의 경우 지난해 기준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공장은 43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성서산단에 3천288업체가 있는데 스프링클러 설치율은 1%대에 그치는 셈이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지금은 산단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그 공장은 전소할 수밖에 없고 옆 건물 확산을 막는 게 최선일 정도"라며 "스프링클러보다 비용이 저렴한 상수도 직결 자동살수정비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동 대구시 산단진흥과장은 "근본적으로 민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시설 보강을 하면 좋겠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꺼리는 경우가 많고,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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