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이 27일 포항시 죽도동 죽도시장 공영주차장 4층에서 추락한 화물트럭 안을 살펴보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제공
문제는 사고 현장에 버젓이 추락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주차장은 빌딩 형태의 지상 5층 규모의 철골조 건축물이다.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지상 2층부터 옥상까지 발코니 형태의 얇은 철제 난간이 달려 있고, 차량 추락을 막기 위해 난간 앞 주차면마다 쇠파이프가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추락 방지용 쇠파이프는 현행법 규정에 맞는 것으로 재차 확인했다”며 “안전시설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민간도 아닌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차장의 안전시설이 왜 제 역할을 못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살펴보니 허술한 규정이 문제였다. 2010년 2월 개정ㆍ시행된 주차장법 시행규칙(6조)은 ‘2층 건축물식 주차장 등은 2t 차량이 시속 20㎞로 정면 충돌했을 때 견딜 수 있는 강도의 구조물 등의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시설물의 두께 등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2t 차량에 시속 20㎞’라는 문구도 모호하다. 더구나 주차장법 개정 이전 지어진 건축물은 규정 적용도 받지 않는다. 김중진 대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대표는 “법 개정 전 준공 허가를 받은 건물 중에선 추락방지 시설이 더 형편없는 곳이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2월 경기 수원 한 슈퍼마켓 2층 야외주차장에서 가벽을 뚫고 추락한 승용차가 1층 도로에 떨어져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타워형 주차장의 경우 시장이나 쇼핑몰 등 도심 인구 밀집지역에 주로 들어서 차량이 한 대만 추락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빨리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실제 2021년 12월 30일, 부산의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택시 한 대가 주차장 벽을 뚫고 추락해 운전자 1명이 숨지고, 건물 아래를 지나던 행인 등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2월엔 경기 수원시의 한 슈퍼마켓 2층 야외주차장에서 승용차가 가벽을 뚫고 도로로 떨어져 운전자가 부상을 당했다. 이번 포항 죽도시장 사고도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운전자를 비롯해 주차장 건물 옆 가게 상인과 손님 등 12명이나 다쳤다. 김중진 대표는 “주차장 안전시설 설치 상태를 전수 조사하고 자동차 성능에 맞게 강도 등의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